요즘 폴댄스를 하면서 여가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호기롭게 시작했고 너무 재밌어서 도전을 하고 있지만, 어딜가던 나보다 잘하는 사람은 당연히 존재하고 끊임없이 비교를 하게 된다. 성격 상 못한다는 소리를 듣는 걸 싫어하고 평균 이상은 하고싶어하지만 잘하고 싶은 욕심이 과해서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포기해버리고 만다. 그래서 내가 애정을 갖고 열심히 한 것들의 가짓수는 많지만, 수준급 이상의 능력을 보이는 영역은 없다. 그게 나의 완벽한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반대로 말하면 나는 여러가지 분야에 관심이 많고 아예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의 눈에는 다재다능한 사람으로 비춰질지도 모르지만, 그 사람들이 제대로 시작한다면 내가 있는 수준까지 올라오는 데에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 것을 깨닫을 것이다. 여러가지에 관심이 많은 만큼 문어발처럼 연결되어 있는 것들은 많다. 이것들 중 조금이라도 내 능력이 다른 사람보다 조금만 더 탁월한 영역이 보일 때 까지 포기하지 않고 찾는 과정을 계속해 나간다. 이 방식은 좋아보일 수 있는 방법이지만 결국에는 나 자신을 믿지 못해서 회피하는 성향이라 생각한다.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없기 때문에 A라는 것을 공부하면서도 B에 눈을 돌린다. 결국에는 A도 B도 수준급 이상의 실력을 쌓기 힘들어진다.
이 과정을 이겨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텐데 항상 그 수준에서 포기해버린다. 성실하게 매일매일 시간을 투자하면 언젠가는 원하는 실력을 가질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해도 그게 언제쯤이 되는걸까? 이러다가 평생 공부만 하다가 아무것도 내놓지 못한 채로 10년 20년이 흘러가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앞선다. 조금만 욕심을 버리고 당장 해야하는 것들에만 집중하면 마음이 편해질까 근데 이것도 포기하는 것 같아서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다시 폴댄스로 돌아와보면 나는 주변에 잘하는 사람이 많을 수록 스트레스를 받는 편인 것 같다. 자극을 받고 저렇게 멋진 동작들을 나도 넣어봐야지 하고 생각이 들다가도, 막상 내가 해보면 아직까지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기 때문이다. 비교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비교를 하면서 좌절감을 느끼는 것이다. 폴댄스에 투자한 시간이 나보다 훨씬 많을수도 있지만 나보다 늦게 들어온 사람들도 더 잘하는 모습을 보면 또 투자한 시간만큼 비례하게 실력이 향상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천재의 능력은 분명히 있고, 나는 그런 천재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나 자신도 그랬으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폴댄스는 재밌다. 처음에 봤을 때 정말 어렵고 못할 것 같은 동작인데 몇 번 연습하다보면 갑자기 성공할 때가 있고 그 성취감이 강렬하게 느껴져서 재미를 느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주변에 대다수의 사람들이 내 수준보다 훨씬 이상이고 내가 20분걸려서 성공한 동작들을 사람들은 10분만에 습득한다. 그리고 다음동작을 하고 있으면 나는 20분 걸려서 못했던 걸 해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해냈다 라는 성취감보다는 빨리 다음 동작 해야되는데.. 하는 스트레스로 느껴지게 된다. 여기서부터 나는 이미 조급함을 느껴서 동작 하나하나에 디테일을 신경쓰지 못하게 되고 자연히 결과는 좋지 않을 수밖에 없다.
머리가 나쁘고싶지 않은데 습득력이 느리니까 머리가 나쁘다는 걸 입증하는 것 같다. 열심히 했을 때 내가 원하는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봐 걱정이 되고, 진심으로 무언가를 열심히 했을 때 그 괴리감을 대충대충했을 때 보다 엄청나게 크게 느끼기에 뭐든지 대충대충하고 넘기자는 마인드가 기본이 된다. 그래서 머리가 좋고 습득력이 빠른 사람을 부러워하게 된다. 그들은 열심히 하면 최소한 평균 이상의 결과를 낼 수 있지만 머리가 나쁘면 그들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만 평균 이상이 될까 말까 이다. 사람은 어느 한 개 정도 분야에서 잘하는 무언가를 갖고 태어난다는데, 현실은 아닌 것 같다.
천재가 아니기에 나는 몇 배의 노력을 해야만 하고 그렇게 해야지 평범한 나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며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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