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계속 하고 있는 고민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로 앞으로 10년 뒤, 20년 뒤 까지 어떻게 커리어를 쌓아가는 것이 좋은 방향일까 이다. 아무리 길어봤자, 회사에서 있을 수 있는 기간은 20년이라고 생각했을 때, 그 20년 뒤에는 회사를 떠나 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한다. 그래서 게임 기획자, 혹은 시스템 컨텐츠 기획자로써 10년 뒤가 되었을 때 대체 불가능한 능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어떤 걸 융합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학사와 대학원 (중도 포기했지만) 을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사실 지금 그 지식이 쓰이는 지는 모르겠고, 약 2년 정도를 연구실에서 파이썬과 머신 러닝 등등 으로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이 능력을 어쩌면 기획 능력과 혼합시켜 데이터를 통해 유저들이 원하는 컨텐츠 시스템을 기획하는 기획자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너무 욕심이 많다. 대학원 생활을 하면서도 이것저것 벌려놓은 게 많았었다. 앱을 만들어 보겠다고 kotlin과 swift를 배워서 이것저것 만들어보기도 했고 갑자기 디자인에 꽂혀서 어도비 자격증들을 엄청 따 놓고 피그마로 UIUX 디자인을 하기도 했다. 거기에 갑자기 또 게임 만들기에 꽂혀서 모르는 사람들을 꼬드겨서 같이 게임을 만들고 창업 지원금을 받아서 1년동안 만들어보기도 했다. 이렇게 보면 정말 전문 분야라곤 1도 없는 느낌이다. 그런데 지금도 나는 변함없이 똑같이 이것저것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게임으로 좁혀지긴 했지만 게임 분야 안에서도 기획, 프로그래밍, 아트 세가지로 나뉜다면 나는 욕심이 너무 많아서 이 세 가지를 다 하고 싶어한다. 몇 달 전에는 웹사이트를 만들겠다고 자바스크립트를 공부하지 않나, 이번에는 3d에 꽂혀서 블렌더를 만지고 있다. 문제는 이것들을 계속해서 공부하는 게 아니라, 몇 달이 지나면 또 다른 곳으로 관심사가 바뀐다는 것이다. 그래도 3d는 꽤나 진심인지 책도 사고 강의도 사면서 다른 것들 보다는 꾸준히 하고 있는 편인데 이것도 언제 바뀌게 될지 모르고 지금 당장 해야할 공부들도 많은데 이렇게 계속 초보 중급 단계에만 머물러 있으면 10년 뒤에도 똑같이 해매고 있지는 않을까 걱정이다.
몇 달 전 다른 팀의 pd님과 면담을 할 때 pd님은 나에게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기획에 있어서 어떤 포지션으로 일을 하고 싶은지를 물었을때 나는 최대한 다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그 때 pd님은 정확하게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꿰뚫어 보셨다.
"pd가 하고 싶은 거지? 너가 만들고 싶은 게임도 명확하게 있고?"
정확했다. 나는 회사에 내 인생을 바치려고 들어온 게 아니라, 내가 미래에 만들 무언가를 위해 실력을 쌓고 배우기 위해 온 거였다. 나는 창업 지원을 받으면서 기획부터 시작해서 아트, UI 디자인, 프로그래밍 그리고 어쩌면 마케팅까지 많은 부분을 접해보면서 다 필요한 것들이란 걸 느끼고 있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거리자 pd님이 이어서 말씀하시기를
"나도 모든 걸 다했었는데 기획부터 시작해서 프로그래밍도 하고 3d 모델링도 하고 심지어 이펙트까지 다 만져봤었어. 근데 중요한 건 결국 왜 이걸 만드는지, 어떤 기획을 하고 있는지, 유저들이 하고싶어하는 건 뭔지 열심히 고민해야 하는 것" 이라고 하셨다. 그래서 나는 어쨌든 기획자로 시작을 했으니 10년 정도 기획일을 하면서 아직 어떻게 키워나가야 할지는 여전히 고민이지만 회사 일 + 사이드 프로젝트로 기획 능력과 부가적인 능력치를 쌓는데에 집중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안에 내가 만든 것들 혹은 회사 프로젝트 중에서 성공한 것들이 있다면 좋겠지만 못만들어 낼 수도 있기 때문에 최소한 5~10년 까지는 하고싶은 프로젝트들을 다 도전해보려고 한다. 이런 방식이 맞는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지만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가 내가 만든 걸 플레이하면서 이거 진짜 잘만들었네 하면서 말하게 되는 날이 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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