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사랑했던 사람의 죽음에 대해서
살면서 한번도 '죽음'을 이렇게 처절하게 느껴본 적이 없었다. 벌써 떠나간지 3개월 가량이 흘렀는데 이 감각은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도 3개월이 지나면서 많이 무더졌고 나는 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처음 한 달간은 너무 힘들었다. 매일 아침 울리는 모닝콜, 배경화면, 책상 위에 놓여있는 사진..모든게 그였다. 밖에서 사람들과 언제 그랬냐는 듯 웃고 떠들다가, 집에 와서 혼자 멍하니 있을 때면 꼭 생각났고, 왜 죽어야만 했을까 에 대해 생각하면서 울곤 했다.
그렇게 좋아했던 존재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고, 이제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고 있는 걸 보면 삶은 정말 허망하다는 생각도 든다.
덕질을 할 때 요즘 느끼고 있는 말은 후회없이 마음껏, 깊게 사랑을 주었으면 빠져나올 때는 후회없이 스스로 빠져나온다는 말이었다. 나는 깊게 사랑을 주지 못했다. 정말 좋아했었고, 5년 가까이 덕질을 했지만, 실제 깊게 덕질했던 건 2년 정도였고 그 후에는 현생이 바쁘다는 이유로 소홀히 했다. 그게 제일 후회가 되었던 것 같다. 이럴줄 알았으면 더 열심히 너를 응원하고 있다는 걸 전해줄걸.. 많이많이 표현해줄 걸.. 나는 이 세상에 서로 모르는 존재이지만 활동하면 노래듣고, 콘서트하면 보러 가고 그저 평범하게 내 삶에 활력이 되주는 너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그 존재가 사라졌을 때,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기사의 제목을 보았을 때, 심장이 쿵 내려앉은 것만 같았다. 노래를 들을 수 없었다. 목소리만 들으면 생각이 났다. 직캠은 더더욱 볼 수 없었다. 3분도 채 안되는 영상인데 그렇게 슬픈 영상일 수가 없었다. 다시는 이 모습을 볼 수 없고 목소리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었다. 죽음을 인정하고 내 시간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처음 느껴보는 죽음이란 것은, 가족이나 지인처럼 가까운 존재의 죽음이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존재였고 약간 다른 종류의 감정을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너무 차갑고 회피하고 싶은 감정들이었다. 지금도 나는 회피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너무나도 많이 울어서 메마른 느낌이다. 살면서 그렇게 소리내어 울었던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원래 슬픔이라는 감정을 많이 느끼지 않지만 울 때도 소리죽여 울 때가 많은데 정말 꺼이꺼이 소리가 날 정도로 울었다. 그게 거의 2주일 정도를 매일 그랬던 것 같고, 한 달 정도가 지나니까 조금 줄어들었다.
지금도 여전히 슬프긴 하지만 울음이 나는 슬픈 정도라기 보다는 '그리움'에 가까운 것 같다. 다시 볼 수 없음에서 느껴지는 그리움. 언젠가 꿈에 한번쯤 나와줘서 거기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고 말 한마디 하고 가면 좋겠다. 너무나도 좋아했던 존재의 덕질을, 이제는 놓아줄 때가 온 것 같다. 여전히 사진을 보면 너무 예쁘지만 그와 동시에 슬픈 감정이 느껴진다. 그래서 잠시 괜찮아질 때까지 쉬려고 한다. 지금은 여전히 힘들지만 몇년 뒤, 10년 뒤가 되면 아 그땐 그랬었지 하고 추억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나는 또 열심히 내 현생을 살면서, 또 새로이 내 삶에 활력을 주는 것들을 좋아하면서 그렇게 살아가려고 한다.
내 감정에 대한 글을 계속 써야지 하다가 조금 늦게 글을 쓰긴 했지만 그래도 후련해진 느낌이다. 달의 공간에도 가야겠고 나중에 서울숲에 조성되면 또 다녀와야겠다. 보라색 꽃이랑 편지들고 갈게.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